북촌 사례로 본 오버투어리즘 시대 관광규제의 정당성

김경희
2026-06-04
조회수 726

  전 세계 주요 관광도시들이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대표 관광지인 북촌 한옥마을 또한 수년 전부터 관광 과밀로 인한 갈등을 겪어 왔다. 주민들의 거듭된 대책 요구 끝에 종로구는 2018년 7월 ‘북촌 주민피해 최소화를 위한 8대 대책’을 발표하고, 2024년 11월에는 북촌로11길 일대를 특별관리지역(레드존)으로 지정하여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규제 시행을 환영했지만, 상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정책 시행 후 주말 매출이 40~50% 가량 감소했다는 호소가 이어졌고, 상인들 사이에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일부 상인은 관광객 이동권과 상인의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구청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북촌을 둘러싼 갈등은 관광 과밀 문제를 넘어, 주민·관광객·상인이라는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하나의 공간 안에서 충돌하는 구조적 문제로 심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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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시간 제한 중인 보완관]                                  [북촌 특별관리지역 안내도]

사진출처: (왼쪽)연합뉴스(2025.03.01.), (오른쪽)종로문화플랫폼 홈페이지

 

  이러한 갈등의 구조는 관광이 본질적으로 복수의 권리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발생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관광객에게 북촌은 방문하고 경험할 공간이며, 상인에게는 생계의 터전이고, 주민에게는 일상을 영위하는 삶의 공간이다. 이 세 가지 공간에 대한 인식은 평상시에는 공존하지만, 관광이 일정 임계점을 넘는 순간 충돌한다. 관광으로 인한 수익은 주로 상인에게 귀속되는 반면, 혼잡·소음·사생활 침해 등 생활환경 악화의 비용은 주민이 감당한다. 경제학적으로는 외부효과(externalities)의 비대칭성으로 설명되는 이 구조가, 정책적으로는 여행권·영업권·생활권이라는 서로 다른 권리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충돌하는 문제로 나타난다. 이것이 단순한 혼잡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정책의 개입과 규제 판단을 요구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북촌 특별관리지역 관광객 출입 제한 규제 정책은 정당한가? 「행정규제기본법」 제2조에서는 규제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에 비추어볼 때, 북촌의 방문시간 제한 조치는 전형적인 행정규제에 해당하며, 따라서 그 정당성 역시 법적 기준 위에서 우선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 핵심 기준은 비례의 원칙이다. 행정기본법 제10조는 행정작용이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규정하고 있으며, 비례의 원칙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최소침해성,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네 가지 기준을 통해 구체적으로 판단된다. 행정규제기본법 제5조 제3항이 "규제의 대상과 수단은 목적 실현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객관성·투명성·공정성이 확보되도록 설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촌 사례에 이러한 정당성 기준을 적용해 보면, 정주권 보호라는 목적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된다. 수십 년간 지속된 주민 민원, 소음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반복적인 호소는 규제 개입의 필요성을 충분히 뒷받침한다. 그러나 수단의 적합성 측면에서, 방문객 수 제한이 실질적 문제 해결에 적합한 수단인지는 별개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음과 무질서의 문제를 관광객 총량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관광객 행동 관리나 시간대별 분산 유도 등과 같은 덜 제한적인 대안이 검토되지 않았다면 최소침해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서는 주민의 정주권이라는 공익과 상인의 영업권이라는 사익 사이의 조정 방식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의 희생을 전제로 한 규제는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의 대상을 바꾸는 데 그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관광정책 사례 연구에서도 기술적으로 타당하게 설계된 정책대안이라도 이해관계자의 가치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도화에 실패하거나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다(장희선·김서경·김경희·이훈, 2024). 즉, 규제의 정당성은 규제의 필요성만으로 확보되지 않으며, 이해관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해외의 규제정책들을 살펴보면, 암스테르담은 2023년 'Stay Away' 캠페인을 통해 관광객 수 자체를 줄이는 방향이 아닌, 문제 행동을 유발하는 특정 방문객층을 선별적으로 억제하는 전략을 택하였다. 암스테르담은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발생한 '무질서 관광(nuisance tourism)'과 도시 거주환경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요관리 정책으로, 온라인에서 '총각파티(stag party)', '펍 크롤(pub crawl)', '저가 호텔'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는 이용자에게 경고성 광고를 노출하여 과도한 음주·마약·성매매 중심의 관광행태가 초래할 수 있는 벌금, 경찰 개입, 범죄기록 등의 결과를 알리고 방문을 자제하도록 유도하였다.

 

  뉴질랜드 퀸스타운은 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뉴질랜드 퀸스타운은 관광객 증가에 따른 교통 혼잡, 주택가격 상승, 생활 인프라 부족 등 지역사회 부담이 심화되자 규제 중심의 접근보다 거버넌스 기반의 관리 전략을 선택하였다. 지방정부, 관광업계, 원주민 공동체인 카이 타후(Ngāi Tahu), 광역의회 등이 함께 참여하는 「퀸스타운 공간계획(Queenstown Spatial Plan)」을 수립하고, 재생관광(Regenerative Tourism)을 지역 관광정책의 핵심 비전으로 설정하였다. 이를 통해 관광객 유치 규모 확대보다 지역사회와 환경에 대한 긍정적 기여를 우선시하고, 관광으로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을 지역 내에서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제도화하였다. 특히 관광 인프라 투자 재원 확보, 방문객 부담금(visitor levy) 도입, 관광수익의 지역 환원 방식 등이 주요 정책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은 정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의 정당성을 중시하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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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ay Away' 캠페인의 경고 표지판 사례]                [퀸즈타운 지역사회 참여 워크숍]

사진출처: (왼쪽) Getty Images, Amsterdam City Centre Warning Signs (2023),

(오른쪽) Otago Daily Times, "First of workshops held on 'most important planning exercise'" (2024).


 

  이러한 사례들을 볼 때, 관광 규제의 성패는 규제의 강도 자체보다 무엇을 규제하고, 누구와 함께 결정하며, 그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암스테르담은 문제를 유발하는 관광행태를 선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규제의 대상을 정교화하였고, 퀸스타운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정책의 정당성과 수용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북촌 역시 단순한 출입 제한을 넘어 관광객 행태 관리, 방문객 분산, 주민·상인·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운영, 그리고 관광으로 발생하는 편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장치 마련 등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결국 지속가능한 관광은 관광객 수를 줄이는 데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관광으로 발생하는 편익과 부담을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조정하는 과정 속에서 구현된다.

 

  오버투어리즘 시대에 관광 규제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정책 선택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규제의 정당성은 규제의 필요성만으로 확보되지 않으며, 정책 결정 과정에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규제로 인한 비용과 편익이 공정하게 배분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실제로 갈등 완화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사회적 설득이 수반되어야 한다. 즉, 북촌의 과제는 관광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권리가 충돌하는 공간에서 합리적 조정을 이루는 데 있다.

 

< 참고문헌 >

장희선·김서경·김경희·이훈(2024). 「‘제주환경보전분담금(관광세)’ 제도 도입과정 분석: 정책흐름모형(MSF)의 적용」. 『관광학연구』, 48(7), 117-141.

국민일보(2024.11.06.). 「“5시 길막? 우린 죽으란 건가” 북촌 한옥마을 상인들 반발」.

뉴시스(2024.11.09.). 「“오후 5시부터 한옥마을 출입제한”…‘과잉관광’ 해소될까」.

파이낸셜뉴스(2024.11.17.). 「17시 이후 관광객 못 받는 북촌 상인들 “행정소송 불사”」.

연합뉴스(2025.03.01.). 「북촌에 뜬 보안관 “사진 찍으면 과태료”…아쉽게 돌아선 관광객」.

아시아경제(2025.06.11.). 「관광객 무작정 막으면 어쩌나…매출 1000만원 줄어든 북촌」.

City of Amsterdam. (2023). City Centre Approach: A Valuable Visitor Economy and Management of Nuisance Tourism. Amsterdam Municipality.

Goodwin, H. (2017). The Challenge of Overtourism. Responsible Tourism Partnership.

Milano, C., Cheer, J. M., & Novelli, M. (Eds.). (2019). Overtourism: Excesses, Discontents and Measures in Travel and Tourism. Wallingford, UK: CABI.

Regional Tourism New Zealand. (n.d.). Destination Queenstown Case Study. Retrieved from https://rtnz.org.nz/destination-queenstown-case-study/

UNWTO. (2018). ‘Overtourism’? Understanding and Managing Urban Tourism Growth beyond Perceptions. Madrid: World Tourism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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